38시간, 100km의 여정(1)
점점 산이 좋아질 나이 어릴 때부터 산에 둘러쌓여 살았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감싸안고 있는 내 고향은 구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병풍처럼 서 있는 큰 산 아래에서 살다보니 상대적으로 산이 없는 탁 트인 동네에 가면 뭔가 어색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서해를 바라보고 있는 군산은 높은 산이 없다. 처음 군산에 갔을 때 '왜 여기는 산이 없지? 지명에 山이 들어가는데?'하고 의아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동네에도 시민들이 즐겨찾는 공원같은 산들이 더러 있긴 했다. 하지만 나에게 산이라면 지리산 정도는 되어야 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군데 다른 지역에서 등산을 해봤지만 지리산 만큼 힘든 곳은 없었다. 눈 내린 한라산을 혼자 힘들게 올라간 적도 있지만 만약 눈이 안내렸다면 훨씬 ..
마이스토리/에세이
2023. 6. 8. 0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