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찌질하다의 반대말 이 뭔가. 특별하다? 잘나간다? 바지통 6반으로 줄이고 머리에 젤 바르는 상남자 스타일? 아니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 라고 할 수 있겠다. 모두, 행복하시라. – 박정민 ‘찌질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지질하다’라는 형용사가 ‘보잘것없고, 변변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정의되어 있다. 내 경험상 이 표현은 흔히 사물보다 사람에게 더 많이 쓰이는 것 같다. ’ 지질’이라고 쓰지만 발음할 때는 ‘찌질’이라고 된소리로 발음해서 일부러 보잘것없는 느낌을 더욱 강조하는 것 같다. 작가는 ‘찌질하다’의 반대말을 ‘찌질했었다’라는 과거형으로 말한다. (이런 특유의 생각을 비트는 ..
한 인간의 성품이나 성향이 만들어질 때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형제(자매 또는 남매) 순위다. 대학교 4학년 가족복지론 시간에 배운 내용인데 다른 건 많이 잊어버렸어도 이 말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내 삶의 경험들 속에서 이미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피부에 와닿는 말처럼 느껴졌나 보다. 나는 여동생이 둘이다. 내가 첫째, 4살 차이 나는 둘째와 그 보다 2살 어린 막내까지 우리는 3남매다. 우리는 시골에서 할머니, 부모님, 우리 셋 이렇게 6명이 함께 살았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인근의 남중, 여중을 졸업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헤어지나 싶더니 대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후 3학년으로 복학을 하니 둘째가 수학과에 들어왔고, 졸업 후 학교 도서실에 처박..
남은 거리 47Km 5번 체크포인트인 운조루에서 어머니의 응원을 받고 나니 갑자기 긴장이 풀렸다. 그 상태에서 햄버거로 배를 채웠다. 우적우적 빵과 고기를 씹었다. 꿀맛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있다가는 몸이 걷기 모드에서 해제될 것 같았다. 몸은 지쳐있었지만 빨리 다시 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다. 하지만 팀원들보다 먼저 도착한 탓에 나머지 3명을 이곳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잠시 후 구급차 한대가 들어왔고 배우 이제훈이 침대에 실려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는 약 50Km 지점에서 안타깝게도 포기 선언을 했다. 완주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의 얼굴에서 아쉬움과 피곤함을 읽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우리 팀원들은 내가 도착한 지 1시간이 지났는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 몸은 점점 더 편안함을 찾고 있었다. 근처 보도블..
출발: 상쾌한 첫 코스 첫 코스는 상쾌한 아침공기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얼마나 많은 참가팀들이 완주를 목적으로 출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팀은 당연히 완주한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38시간이면 설렁설렁 산책하듯이 걸어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테랑 러너들은 이미 저만치 무리지어 달려가고 있었다. 바리바리 등산가방을 짊어지고 온 우리와 달리 그들은 물을 채우는 조끼만 달랑 걸친 채 군살 하나 없는 날렵한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멀리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팀은 대회 1위를 한 홍콩 팀이었고, 무려 19시간 9분만에 완주했다고 한다. 하루도 채 안걸린 것이다. 아마 200Km도 완주했을 것이다. 가장 높은 고도로 첫 코스는 마을 골목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