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상쾌한 첫 코스 첫 코스는 상쾌한 아침공기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얼마나 많은 참가팀들이 완주를 목적으로 출발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우리팀은 당연히 완주한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38시간이면 설렁설렁 산책하듯이 걸어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테랑 러너들은 이미 저만치 무리지어 달려가고 있었다. 바리바리 등산가방을 짊어지고 온 우리와 달리 그들은 물을 채우는 조끼만 달랑 걸친 채 군살 하나 없는 날렵한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멀리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팀은 대회 1위를 한 홍콩 팀이었고, 무려 19시간 9분만에 완주했다고 한다. 하루도 채 안걸린 것이다. 아마 200Km도 완주했을 것이다. 가장 높은 고도로 첫 코스는 마을 골목길, ..
점점 산이 좋아질 나이 어릴 때부터 산에 둘러쌓여 살았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 감싸안고 있는 내 고향은 구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병풍처럼 서 있는 큰 산 아래에서 살다보니 상대적으로 산이 없는 탁 트인 동네에 가면 뭔가 어색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이를테면 서해를 바라보고 있는 군산은 높은 산이 없다. 처음 군산에 갔을 때 '왜 여기는 산이 없지? 지명에 山이 들어가는데?'하고 의아한 적이 있다. 물론 그 동네에도 시민들이 즐겨찾는 공원같은 산들이 더러 있긴 했다. 하지만 나에게 산이라면 지리산 정도는 되어야 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 군데 다른 지역에서 등산을 해봤지만 지리산 만큼 힘든 곳은 없었다. 눈 내린 한라산을 혼자 힘들게 올라간 적도 있지만 만약 눈이 안내렸다면 훨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