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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 이유
영화 <과속스캔들> 이후 박보영이 나온 작품을 본 적이 없다. 어쩌다 보니 인연이 없었다.
그렇게 나에게 그녀는 '귀여운 외모에 노래를 잘하는' 이미지의 배우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최근,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에서 드라마 홍보차 출연한 그녀를 다시 만났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신질환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에 그녀가 주연이라니 왠지 기다려졌다.
대학교 전공 과정에서 심리학개론, 정신분석개론 등을 접한 적이 있다.
그때, 정신 질환의 유형이 매우 다양하고 심리 작용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것임을 알게 됐다.
이후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일할 때 다양한 심리 문제를 가진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다.
최근에는 생각보다 많은 지인들이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겪고 있다는 것도 알게됐다.
자연스럽게 이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매회 다루는 환자의 이야기가 달라서 각 에피소드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작품의 특징
본격적으로 '정신질환'을 다룬 작품
정신질환이 나오는 작품은 많다. 대부분 주인공이나 주변상황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는 장치로 쓰였다.
<동백꽃 필무렵>의 사이코패스(혹은 소시오패스)나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소시오패스 작가라든지..
이렇듯 인물과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정신질환이 사용됐다.
그런데 이 작품은 (신선하게도) 제목부터 직설적으로 '정신병동'이라는 단어를 썼다.
가장 먼저 연상된 작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었다.
<슬/의>는 의사와 환자가 치료를 매개로 지지와 위로를 받는다. 소위 '힐링'의 에피소드가 대부분이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그런 분위기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슬/의>와는 확실히 다른 면이 있다.
우선 각 질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적절한 예시를 보여준다.
그리고 '정신병' 이라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치료할 수 있는'이라는 대답을 한다.
더불어, 현재 가지고 있는 마음의 병은 '부정'이 아닌 '수용'으로 치료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보호 상태로 성인이 되어 엄마로부터 벗어나고자 조현병 증세를 보이는 여자.
가족과 회사의 기대, 압박 때문에 공황장애가 생긴 친구.
아이와 아내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 등
증상의 시작점에 있는 문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자 전부이다.
더불어, 정신질환은 특별히 타고난 이상이나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 '잠재적' 환자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편견 없이 수용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뛰어난 연출과 연기
아무리 훌륭한 주제를 다루고 있더라도,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걱정 없이 이 드라마는 극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훌륭하다.
밝은 분위기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서 박보영의 표정과 목소리 톤, 분위기는 매우 적절하다.
앞서 언급했듯, 진지한 주제와 (내 생각에) 발랄한 이미지의 배우라는 조합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포인트 중 하나다.
더불어 환자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정말 어려운 연기였을텐데 하나같이 어색한 부분이 없었다.
대부분 처음보는 새로운 얼굴이었는데, 연기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하고 감탄하면서 봤다.
덕분에 해당 질환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드라마를 보며 시선이 많이 달라졌으리라 본다.
이 시리즈가 매력적인 이유는 정신질환을 미화하지 않고 비교적 적나라하게 다루는 데에 있다.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 망상, 공황장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을 알기 쉽게 그리고 있다.
예를 들어 공황장애 같은 경우, 죽을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이는 느낌을 물이 가득 찬 공간에 갇혀버린 상황으로 연출한다.
물에 빠져 점점 숨 쉴 공기가 사라지는 장면은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의 공포가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말해준다.
작품 추천 이유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에 대해 여전히 폐쇄적이다.
종종 조현병 환자의 폭력 사고 이슈가 터지면 각종 커뮤니티는 난리가 난다.
'사회에서 격리시켜라' , '사형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 '조현병 환자 = 잠재적 범죄자' 등등..
사건 자체는 너무 안타깝지만 덮어놓고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악순환의 고리만 단단하게 할 뿐이다.
조현병 환자의 폭력 사건이라는 극단적인 사례 외에도 일상적으로 우리 주변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알리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런 작품이 나올 때마다 사회적 분위기가 좀 더 우호적이고 따듯해지길 바란다.
나도 언젠가 그런 아픔을 겪을 수 있고,(겪고 있지만 모를 수도 있다.) 시선을 돌려보면 내 주변 누군가가 이미 그런 일을 겪는 중일 지도 모른다.
어디선가 읽은 구절인데, 맺는 말로 쓰고싶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산다. 그러니 누구에게나 친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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