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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작, 매혹된 자들'과 '고려 거란 전쟁'이라는 작품을 즐겨 보고 있다.
두 드라마 모두 사극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등장인물들의 말투와 쓰는 단어들이 매력적이다.
현대어 보다 좀 더 고풍스럽다고나 할까
아름다운 대사는 이야기의 전개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극에 더욱 감정을 이입하게 한다.
🖋「세작, 매혹된 자들」 몽우(濛雨)
이인(조정석 분)은 남장을 한 여주인공 희수(신세경 분)의 이름과 신분을 모르는 상태에서 내기 바둑을 두고 패배한다.
그때 마침 가랑비가 내리고, 이인은 "몽우다"라고 말한다. 본인의 애칭이라고 말하며 각별히 여긴다.
희수는 내기 바둑에서 이긴 대가로 그 이름을 호( 號 /본명이나 자 이외에 쓰는 이름)로 받아가겠노라고 말하며 들뜬 얼굴로 기뻐한다. 이인 또한 손수 '망형지우'(겉모습을 잊고 마음으로 사귄 친구)에게 주는 선물이라며 글자를 써서 내어준다.
가랑비 내릴 몽(濛)이라는 한자를 처음 알았다.
여름 한 철을 지배하는 장마비, 마른 봄날 내리는 단비, 무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그리고 가랑비까지
가만히 떠올려보면 비의 이름은 여러가지다. 그리고 그 이름마다 묘한 맛이 있다.
'몽'이라는 발음에서 오는 묘한 울림도, 비가 '내린다'고 하지 않고 '오신다'고 표현하는 심성도 '비'라는 대상을 매력적으로 보이게하고,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알 수 없는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이 만들어 낸 '언어'의 힘은 단순히 의사전달을 하는 기능적인 면을 넘어서 때때로 이런 상념에 젖게 만들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자막의 힘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자막 없이 본 드라마는 같은 장면이라도 이런 감동을 느끼는 것이 좀 어렵다. 나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지만, 활자를 보면서 동시에 음성을 듣는 것이 더 기억에 잘 남는다. 그리고 인상 깊은 장면은
그 때의 대사를 곱씹게 된다. 그래서 잘 들리는 모국어의 작품을 보더라도 자막은 꼭 켜 놓고 본다.
비록 조선왕조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지만, 여러 모티프가 낫설지 않다. 특히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 돌아와 임금의 미움을 받는 장면은 인조의 아들 소현세자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또한 조카를 누르고 보위에 오른 이인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세조를 연상시킨다. 왕위를 둘러싼 외척들의 만행은 조선 말엽의 불행한 시기를 따온 듯 하다.
아름다운 대사와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세작, 매혹된 자들>은 작품이 끝나고 난 뒤에도 나에게 많은 것을 남긴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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