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 딸아이가 태어난 지 어느새 1,000일이 되었다. 정말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커버렸나 싶을 정도로 지나간 시간이 믿기지 않는다. 휴직을 하면서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자라기만 바란다. 나중에 여기에 어떤 욕심이 더 자리 잡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진심으로. 가족들과 1,000일의 순간을 평화롭게 맞이하고 즐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다. 항암을 하던 작년을 생각하면 모든 순간이 감사의 연속이다. 더욱이 이런 기념일마다 누구 하나 아프지 않고 함께 둘러앉아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안다. 소소하고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다시 조용한 일상을 맞이할 수 있는 ..
코로나에 걸렸다 2번째다. 작년 7월, 2차 항암을 앞두고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 덕분에 치료 일정이 미뤄지고, 대학병원으로 실려가 2주간 격리됐었다. 이번에는 아내와 두 아이들에게 먼저 증상이 나타났다. 세 사람 모두 고열이 잘 잡히지 않아 고생했다. 3~4일 지나고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수발을 끝내니, 이제 내 차례다. 그래도 감사하다. 작년보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 처음 확진됐을 때는 편도염 때문에 통증도 심하고 목소리도 안 나왔다. 지금은 약간의 고열과 약간의 기침, 약간의 근육통 정도다. 덕분에, (매일 업무에 치여 바쁜) 아내로부터 적극적인 보호(?)를 받았다. 나의 부모님께서는 오늘 하루, 손주들을 맡아 주시기로 했다. 아프지만 혼자서 하루를 여유롭게 보낼 수 있을 ..
테니스를 함께하는 사람들 새벽 5시, 어김없이 메시지가 날아온다. '테니스 고?' 지난 5월부터 매일 새벽 테니스를 함께 해 온 철이 형님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테니스 용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서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코트로 향한다. 가볍게 몸을 풀고 단식 게임을 하는 것이 우리의 루틴이다. 한 여름이었던 7~8월에는 그렇게 둘 만 운동했다. 9월부터 함께하는 동료가 늘어났다. 형님과 함께 레슨을 받아온 신/욱/열 형님을 소개받았다. 우리는 2:2 복식게임을 하며 매일 새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회원이 50명 남짓되는 지역의 클럽에 함께 가입하기도 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테니스를 매개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우리는 테니스 이외에도 시시콜콜한 일상..
동생들 나에겐 3살, 5살 터울의 여동생들이 있다. (지금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셋이나 키웠나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그들을 부려먹었다. 첫째, 그것도 아들이라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면서 살았다. 어릴 땐 동생들도 그런 권력관계(?)가 익숙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고 스무살 무렵부터는 '저 놈의 오빠새끼' 라는 마음이 싹을 틔웠다.(내 생각에는 그렇다.) 우리는 학업 때문에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내가 대학교 졸업반 때 셋이 함께 자취를 하게 되었다. 특별히 공부머리는 없던 남매들이라 동생들은 내가 다니는 지방 국립대에 순차적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우리는 학교 근처에 월세 아파트 한 채를 얻어 함께 2년을 지냈다. 성인이 된 동생들은 낯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