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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들
나에겐 3살, 5살 터울의 여동생들이 있다.
(지금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보면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셋이나 키웠나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그들을 부려먹었다. 첫째, 그것도 아들이라는 특권을 마음껏 누리면서 살았다.
어릴 땐 동생들도 그런 권력관계(?)가 익숙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춘기를 지나고 스무살 무렵부터는
'저 놈의 오빠새끼' 라는 마음이 싹을 틔웠다.(내 생각에는 그렇다.)
우리는 학업 때문에 서로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내가 대학교 졸업반 때 셋이 함께 자취를 하게 되었다.
특별히 공부머리는 없던 남매들이라 동생들은 내가 다니는 지방 국립대에 순차적으로 입학했다.
그리고 우리는 학교 근처에 월세 아파트 한 채를 얻어 함께 2년을 지냈다.
성인이 된 동생들은 낯설었다. 이제 함부로 부려먹을 수 없었다.
내성적이고 음침한 오빠에 비해 동생들은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인싸였다.
아르바이트도 척척 해내고, 집안 일도 챙기면서 학업 까지 이어가는 동생들의 에너지에 감탄했다.
그러면서 싸우기는 엄청 싸웠다.
지금 생각하면 별 이유도 없었는데 내가 오빠라는 특권을 좀 더 맛보고 싶었던 것 같다.
불만을 토로하는 동생들과 말다툼을 하기 일쑤였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원망 섞인 한마디가 있다.
"오빠는 듣지를 않아!"
난 듣고 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나의 태도, 표정, 말투에서 묻어나는 빈정거림과 무시하는 태도가 동생들의 심기를 많이 건드린 모양이다. 반성한다. 진심으로.
즐거운 시간도 많았다.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맥주 마시며 영화 보기, 맥락없는 무지성 토크 등...
그 때는 몰랐지만 그 나이에 같이 모여 산 것이 지금와서 우리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동생들도)
그런 동생들이 취업을 하더니 올해 차례차례 결혼을 한다.
둘째는 지난 4월에 식을 올렸고, 막내는 내일 새 신부가 된다. 울컥한다.
막상 결혼식에 가면 나는 축의금을 받느라 예식은 보지 못하지만(보면 울것 같다.)
미안하고 대견한 마음과 함께 오만가지 감정이 밀려 온다. 하여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정확히는 행복한 일이 자주 많았으면 좋겠다. 힘든 일도 많겠지만 동생들이라면 지혜롭게 잘 헤쳐나가리라고 본다.
앞으로 그려질 우리의 남매 관계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유년시절 쌓아놓은 원망의 마일리지를 조금씩 갚는 기분으로 동생들의 고견에 귀 기울이며
말 잘 들으며 사이좋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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