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마이스토리/에세이

[에세이] 사기를 당했다

리뷰에세이스트 2023. 12. 2. 18:07
반응형

나는 최근 사기를 당했다. 

 

홍콩 주식을 통해 2개월 내에 300% ~ 500%의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3천만원을 투자하라고 했다. 

그 전에 단타 형식으로 (홍콩 주식의) 꽤 여러 종목에서 고수익을 내는 경험을 하게 해줬다. 

이런 경험을 한 나는 캐피탈에서 3천만원을 대출 받았고, 사기꾼에게 고스란히 입금해줬다. 

 

수익금을 돌려받으려고 했더니, 입금 받을 내 계좌가 도용된 의심이 있다며 내 투자금액을 전부 동결시켜버렸다. 

('계좌 동결'이라는 전문용어를 써서 반항할 의지를 꺾으려는 것 같다.)

애초에 투자가 이루어진 플랫폼(앱)은 가짜였다.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은 와이프를 통해 알게됐다. 의심스러운 문자를 주고 받는 나의 핸드폰을 뒤져본 와이프는 

절망하며, '사기꾼들에게 당한 것 같다. 알아보니 돈은 전혀 돌려받지 못한다더라. 경찰에 신고하라.' 고 했다.

뒤늦게 검색해보니 전형적인 '주식리딩방' 사기 였다. 

 

검색 몇 번만으로도 사기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나는 뭐에 씌인 사람 처럼 아무 의심도 하지 않았다. 

죽고 싶었다. 이렇게 미련할 수가 없었다. 이제 곧 복직인데 마이너스 3천만원에 이자까지..

 

암 판정을 받고 보험금으로 생활을 해오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잔액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점점 불안해졌다. 

다시 월급을 받으며 생활은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돈 걱정없이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뭔가 돌파구가 있을 것만 같았고, 그런 생각으로 소셜앱들을 뒤지다 보니 점차 사기꾼들의 보기 좋은 먹잇감이 되어가고 있었다. 

 

와이프가 마이너스 대출로 3천만원을 받아, 나의 캐피탈 대출을 철회했다. 일단 11%의 고금리는 피했다. 

와이프를 볼 면목이 없었다. 그녀는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은 물론, 매우 실망했다. 신뢰에 금이 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실의에 빠져있는 나에게 다시 정신 차리라며 기회를 줬다. 

 

그런 그녀를 두 번 째 배신했다. 

다른 주식리딩방에서 종목 정보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사기 당한 금액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정보만 얻고 투자는 정식 플랫폼에서 내가 직접 하는 것이었기에 사기 당할 소지는 없었지만..

와이프는 주식리딩방을 들여다보며 매니저라는 여자(여자 맞겠지?)와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에 역겨움을 나타냈다. 

 

이미 사기꾼들에게 당했을 때, 앞으로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주식리딩방은 보지 않겠다고 해놓고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녀를 기만했고, 와이프는 자기를 무시하는 나를 경멸하고 있다. 내 나름대로 잘 해보려는 노력은 아무 의미 없다. 

가정을 파탄내기 직전까지 몰고 갔다. 

 

나는 공직자라는 나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