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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성품이나 성향이 만들어질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형제(자매 또는 남매) 순위다.

대학교 4학년 가족복지론 시간에 배운 내용인데 다른 많이 잊어버렸어도 말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삶의 경험들 속에서 이미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피부에 와닿는 말처럼 느껴졌나 보다.

 

나는 여동생이 둘이다. 내가 첫째, 4살 차이 나는 둘째와 보다 2 어린 막내까지 우리는 3남매다.

우리는 시골에서 할머니, 부모님, 우리 이렇게 6명이 함께 살았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고 인근의 남중, 여중을 졸업하고 고등학생 때부터 헤어지나 싶더니 대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후 3학년으로 복학을 하니 둘째가 수학과에 들어왔고, 졸업 학교 도서실에 처박혀서 공시 준비를 시작할 막내가 영문과에 입학했다. 우리는 부모님이 얻어준 월세 아파트에서 함께 살았다.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둘째는 사교성이 있었고 손재주도 좋았다. 막내는 쓰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자기가 해야 일은 성실히 해냈다. 그렇게 26, 22, 20살짜리 남매가 같이 살면 일주일에 3 이상은 싸웠다 화해하기를 반복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무슨 이유로 다투었는지 기억도 난다. 아무튼 돌이켜보면 시절이 있어서 우리가 지금 많이 싸우는 거라면서 웃기도 한다.

 

하지만 나와 둘째는 서로 정말 맞는다는 걸 그 때 알았다.

둘째가 보기에 나는 첫째에다가 아들이라서 부모님의 지원, 사랑, 각종혜택을 독차지 하는 놈이었고, 내가 보기에 둘째는 앞에서는 모두와 친근하게 지내면서 뒤로는 욕을 하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생각이 서로의

마음속에 싹을틔우고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단둘이 있는 시간이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막내가 같이 있을 둘째와 쓸데없는 이야기라도 했는데, 단둘이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집에 있어야 때는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었다.

 

셋이 같이 살게 때부터 2 후에 나는 시험에 합격했고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님 집으로 돌어가

먹고 자면서 출퇴근했다. 동생들은 여전히 같이 살면서 학교도 다니고 취업준비를 하기도 했다. 사이에

나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육아를 하면서 부모님께 의지할 일이 많아졌고 처가 쪽에 일이 생기면 먼저 챙기기도 했으며 가족행사에 불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겼다. 나는 생애전환기를 하나씩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직 취업 준비 중이었던 둘째는 그런 모습을 차곡차곡 기억해두고 있었다.

 

그리고 년간의 고시생활을 견딘 끝에 둘째는 지방직 9 공무원이 되었다. 부모님이 매우 좋아하셨고 집안에서 웃음꽃이 피었다. 힘든 고시 생활이었고 번이나 포기를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더 축하를 주고받으며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날만 가득하기를 소망했다. 그런데 어느 집에 있는 나에게 동생이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너무 섭섭했다면서, 부모님이 얼마나 힘든 아느냐, 너는 갖은 혜택을 받으면서 처가만 먼저 챙기느냐, 아이를 그렇게 부모님께 맡겨도 되느냐 같은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풀어놓는데, 어이가 없었다. 너도 아이 낳아서 키워보라는 말이 끝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

 

둘째 눈에는 내가 부모님을 이용해 먹고 골수까지 빨아먹는 놈으로 보이는듯했다. 내가 거기서 반박을 한들 이미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을 것이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몇 년간은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 취직했다고 아쉬운 것이 없다는 듯이 하루아침에 말을 쏟아내는 동생이 소름 끼쳤다. 그리고 앞으로는 동생 앞에서 나의 어떤 말과 행동도 자기 검열을 해야 했다.

 

불편한 전화통화를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때의 충격과 여운이 남아있어, 동생을 편하게 대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죽기 전에 과연 진실한 대화는 있을지 의문이고 걱정이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서

지내고 있고, 동생도 결혼을 해서 시댁에 속한 몸이 되었기에 자주 만날 일은 없지만, 언젠가 다 같이 모이게 되면 전화통화에서 하지 못한 말을 하리라. 그리고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겠다.

 

사람 관계라는 것이 특히 형제(자매, 또는 남매) 사이는 나이가 수록 어려운 같다. 첫째라는 위치도 절대 권위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어릴 때는 가능했지만. 이제는 각자 세상을 보는 눈이 있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인생에 왈가왈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말을 아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 대화가 단절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계기가 생기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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