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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찍 일어나 준 아이들
추석부터 개천절까지 이어진 6일간의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날,
아내는 할 일이 많다며 아침 7시에 일찍 출근했다.
이제 두 아이들을 깨우고 밥을 먹여서 어린이집 등원을 시키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평소 잘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깨워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 녀석이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나간 지 5분도 안 돼서, 둘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와서 깜짝 놀랐다.
"아빠 배고파"
덕분에 나도 어렴풋이 남아있던 잠을 깨고 서둘러 아침 준비를 할 수 있었다.
2. 함께한 점심식사
평일에는 보통 혼자서 점심을 먹는다.
아내와 아이들이 일터와 어린이집으로 가고 나면, 나는 오전 내내 집안일을 한다. (하다 보면 12시가 다 된다.)
오늘은 무얼 먹어야 하나 고민하며 집안일을 하나씩 해치우고 있는데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부모님께서 점심시간에 맞춰 오시기로 했는데 같이 비빔밥을 먹지 않겠느냐고.
땡큐다. 아내까지 합류해서 5명이 점심을 먹고 오붓하게 커피까지 마셨다. (나는 오랜만에 아포가토를 먹었다.)
아이들 없이 우리끼리 그런 시간을 갖는 건 오랜만이었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점심시간이었다.
3. 늦은 오후의 도서관
오후 4시 30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킬 시간이다. 오늘도 아내는 저녁 8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수 있다.
약 3시간 30분 동안 혼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야 한다.
첫째는 TV생각뿐이다. 우리 집은 TV가 없기 때문에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내 동생의 신혼집이나,
30분 거리에 떨어진 본가에 가야 TV를 볼 수 있다.
"아빠 고모집 갈래!, 아니면 할머니집!"
연휴 내내 TV를 많이 봐서 이제 그만 좀 봤으면 했다. 어린이집 원장님께서도 첫째가 TV에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 같다며
경고 아닌 경고를 하시는 참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10분 동안 차 안에서 울부짖는 아이를 무시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다가
집 근처 어린이도서관이 떠올랐다. 집 앞 주차장에서 아이들을 하차시키려다 다시 시동을 켜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이들은 3시간 남짓 그곳에서 잘 놀아주었다. 간이 미끄럼틀도 타고 책도 많이 읽었다.(읽어 줬다.)
사실 하원 후 도서관 생각은 예전부터 했었는데 내가 귀찮아서 가지 않았다. 그러다 어떤 육아 콘텐츠를 봤는데
'부모가 귀찮다고 생각하는 일을 아이들이 원할 때, 그 일을 함께 해주는 것이 진정한 육아'라는 것이 주요 취지였다.
책을 읽어 주는 것이 언젠가 귀찮은 일이 되었음을 반성한다.
어린이 도서관은 콘텐츠도 다양하고 막간 놀이시설도 구비되어 있어서 자주 찾을 것 같다.
더욱이 집과 가까운 곳에 있고 밤늦게까지 열려있으며 무료(!)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준비물은 오로지 나의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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