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3일에 시작한 '2023 윔블던 테니스 챔피언십' 대회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남자단식 결승에는 세계랭킹 1위 카를로스 알카라즈와 2위 노박 조코비치가 맞붙는다.앞서 열린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마르케나 본드로우쇼바(42위/체코)가 온스 자베르(6위/튀니)를 2:0(6:4, 6:4)으로 꺾고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따냈다. 이번 승리로 본드로우쇼바는 오픈시대 이후 시드 배정 없이 우승을 따 낸 첫 번째 선수가 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전까지 그랜드슬램 최고 성적은 2019년 롤랑가로스 준우승이었으며, 2020년 도쿄올림픽 테니스 여자단식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자베르는 "좋은 결과가 나올수록 부담감이 커진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배우..

아빠는 시골의 집배원이었다. 쌀과 감 농사를 짓던 부모님은 우리 삼 남매가 자라면서 점점 많은 돈이 필요했다. 아빠는 농번기가 아닐 때는 공사장에서 막노동도 하셨는데, 하루는 공사 현장에 높게 쌓인 건축자재(벽돌로 기억한다)가 쓰러지면서 아빠의 얼굴을 덮쳤다. 코뼈가 부러지고 볼이 심하게 찢어지는 사고를 당하셔서 응급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주방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워있던 아빠의 모습은 트라우마처럼 남았다. 그리고 그 이후 아빠는 더 이상 위험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하셨고, 엄마의 권유로 매달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는 집배원을 시작했다. 1994년, 아빠가 35살이었고 내가 10살 때의 일이다. 아빠는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이 되면서 당신의 삶의 모습이 획기적으..

냉소적이고 생각을 자극하는 영화 은 이런 상황을 가정해서 인기에 영합하는 정치권력부터 가십에 열광하는 대중들까지 재난을 대하는 우리 사회 다양한 군상을 묘사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의 시의적절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 우리 사회를 풍자하는 연출에 대해 살펴봅니다. 1. 시의적절한 소재 서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기후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물이 부족해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있고, 너무 많은 비가 내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습니다. 혜성이 지구에 충돌한다는 영화의 소재는 이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를 빗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최근 몇 년 동안 겪은 팬데믹을 통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

누구나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자꾸만 떠오르는 행복했던 순간들은 현재의 나를 끊임없이 괴롭힙니다. 그 기억을 지우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우리가 기억을 지운 후 사랑했던 그 사람을 다시 마주한다면, 그 어떤 감정도 생기지 않을까요? 영화에 나오는 대로, 원래의 제목은 알렉산더 포프의 시 '엘로이사가 아벨라드에게'에서 따온 것으로, 209행의 '무구한 마음의 영원한 햇빛'에서 따온 것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기억이 지워진 한 남자의 마음에 영원히 비추는 사랑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리뷰에서는 이 걸작의 흥미로운 전제, 눈부신 연기, 심오한 주제에..